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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 작가 이지은 씨

20대 청년이 경북 문경시로 귀농귀촌한 이야기를 웹툰으로 그려내 화제가 되고 있다. 귀농귀촌 4년 차에 작가이자 문화센터 강사, 문경시 귀농귀촌 홍보대사, 때론 농부의 삶을 살고 있는 이지은 씨를 만나봤다. 글 박희영 기자 사진 고승범(사진가)

서울 청년의 ‘시골살이’ 찬가

사진 20대 청년에게 귀농귀촌은 어떤삶으로 다가올까. 은퇴 후 귀농하는 부모 세대와 사뭇 다를 듯하다.

경제활동을 시작하는 청년기에 농촌에서 어떻게 ‘밥벌이’하고 살 수있을지, 새로운 또래 친구는 사귈 수 있을지 궁금증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청년 귀농귀촌인의 관점에서 이런 고민을 하나씩 풀어나가는 만화가 있다. 웹툰 작가 이지은 씨(29)가 올해 4월부터연재 중인 ‘소쩍새 소쩍다는 밤’이다.

[창작의 원천이 되는 ‘시골생활’] 웹툰 작가인 이씨는 문경시 귀농귀촌 홍보대사 활동의 일환으로 네이버 포스트에 ‘소쩍새 소쩍다는 밤’을 연재하고 있다. 문경시가 귀농귀촌 소재 웹툰을 그리는 20대 청년 이씨의 열정을높이 사서 2018년 그를 귀농귀촌 홍보대사로 위촉했기 때문이다. 이씨는 귀농한 부모님과 함께시골에 정착하는 과정에서 품어온청년기의 고민과 생각을 웹툰을 통해 풀어내고 있다. 웹툰에서는 도시에서 농촌으로 이사하게 된 20대 청년의 생각과 태도가 변화하는 과정이 섬세하게 ?사된다.이씨의 부모님은 2016년 문경으로 귀농했다. 그리고 1년 뒤 이씨도 따라왔다. 시골생활 초기에 이씨를 힘들게 했던 말은 ‘오지’였다. 이씨의 생활을 궁금해하는 주변 사람들이 “거기 편의점 같은 것도 있어?”“고속버스로 갈 수 있는 곳이야?” 같은 질문을 던지며 이씨가 사는 곳을 ‘오지’ 취급했기 때문이다. 이씨는 이런 질문에 화가 났던 경험을 웹툰 소재로 삼았다. ‘소쩍새소쩍다는 밤’ 2화 ‘오지는 아니라구요...?’가 나온 사연이다. 이씨는 “시골로 이사 가는 스스로를 뒤쳐진다고 여겼기에 더 예민하게 받아들였?”고 고백했다. 귀촌 4년 차에 접어든 요즘에는 시골을 ‘농사짓기 좋아서 농부가 많고 농기계가 많을 뿐, 별로 다를것 없는 삶을 누리는 곳’이라고 정의 내린다.

이씨는 오히려 ‘시골의 넓은 공간에 맞는 마음가짐’을 갖게 됐다고 말한다. 5화 ‘누군가 입힌 생각’에서 이씨는 ‘도시에서 살 때는현관문만 나서면 어디에서나 낯선 사람을 마주치는 일이 스트레스로 다가왔다’는 자전적 이야기를 풀어낸다. 도시에서는 남들의 시선을 의식하게 되고, 그때그때의 유행도 따라야 할 것 같은 분위기에 피로를 느꼈다는 것이다. 반면 시골?서는 남들의시선을 의식할 필요가 없었다. 밭에서 일할 때는 편한 옷, 일상에선 흙먼지를 털어내기 좋은 옷을 입으면 됐다. 이씨는 시골생활을 통해 타인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고 온전히 자신을 받아들임으로써 ‘자유’를 느꼈다. 이씨는 시골생활을 소재로 한 이 웹툰을앞으로 1년에서 1년 반 정도 연재할 계획이다.

[귀농귀촌 계기로 웹툰 작가 데뷔] 취업준비생이었던 이씨가 웹툰 작가로 데뷔하게 된 계기는 부모님과 함께 귀농을 준비하면서다. 2015년 방문한 ‘귀농박람회’상담부스에서 이씨는 ‘자신이 어떤 역량을 쌓아왔는지 돌아보고, 이를 어떻게 농업에 활용할 수 있을지 고민해보라’는 조언을 들었다. 웹툰 작가로서의 진로를 고민하던 이씨는 그 조언에서 길을 찾았다. 부모님을 따라 귀농귀촌한 자전적 이야기를 담은 웹툰 ‘도시소녀 귀농기’를 그리게 된 것. 땅 매물 찾기부터 시골집 구하기, 지역 주민과 사귀기 등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귀농귀촌 준비 단계부터 정착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을 구체적이고 세세하게 담았다. 첫 작품이었는데도, 다음과 네이버 등 포털의 자유연재 코너에 매주 한 편씩 올릴 때마다 조회 수가 기본 4만 회가 넘을 정도로 호응을 얻었다. 귀농귀촌을 소재로 다룬 웹툰자체가 몇 안 될 뿐더러, 귀농의 고단함과 농촌생활의 고민 등을 생생하게 표현했다는 점이 인기 비결이었다. “취업준비생 처지라 독립할 여력이 없었어요. 그래서 힘든 현실의 도피처 정도로만 귀농을 생각했던 건 아닌가 돌아보게 됐죠. 마침 웹툰 작가가 되려는 생각이 있었어요. 자연스럽게 귀농을 준비하면서 공부한 것을 토대로 귀농 웹툰을 그려보자고 마음 먹었어요. 사실 우리 가족의 귀농 과정은 무척 힘들었거든요. 이런 시행착오들을 엮은 만화가 귀농하려는 독자들에게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연재를 시작했어요.” 이씨의 웹툰은 실제 경험에 더해 귀농 지원정책 알아보기, 주택 표준 설계도 구하기, 각종 지원수당 받기 등 귀농에 필요한 다양한 정보도 녹여내 일종의 ‘귀농 지침서’로도 유용하다. ‘도시소 녀 귀농기’는 지난해 단행본으로도 출판됐다. 특히 4부 ‘건축’ 편은 실제 집 짓는 과정을 이씨가 곁에서 매일 지켜보며 취재한 기록을 바탕으로 한다. 이씨는 건축가의 건축일지를 매일 들여다보고 모르는 용어와 개념을 찾아보며 공부했다. 그 덕에 전문지식이 없는 이들도 만화를 통해 건축과정을 쉽게 접할 수 있다. ‘시골집 짓기’를 염두에 둔 이에게는 유용한 자료인 셈이다.

[시골 정착의 비결은 ‘사람들’] 이씨는 웹툰 작가로서의 활동 외에도 청년들의 문경 체험과 정착을 돕는 ‘달빛탐사대’에서도 활약하고 있다. 달빛탐사대는 문경 지역 청년들이 만든 협의체 ‘가치살자’가 행정안전부의 ‘2020 청년 지역정착 신규 발굴 용역사업’을 유치해 진행하는 사업이다.

‘가치살자’는 카페와 외식업, 디자인 및 문화콘텐츠 분야 등에 종사하는 지역 청년들로 구성돼 있다. 지역에서 새로운 삶의 방식을 꿈꾸는 청년들이 각자의 역량을 발휘해 지역살이·문화실험 프로젝트를 주도하는 것이다. 이씨는 웹툰 작가로서의 역량을 활용해 달빛탐사대 프로젝트 활동 전반을 만화로 기록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달빛탐사대는 ‘당신을 설레게 하는 문경’이란 슬로건을 내걸고 있어요. 지역 청년들이 모여서, 문경에서 지속가능하고 재밌게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해보자는 취지예요. 농촌에 산다고 다 농사지을 필요는 없잖아요. 귀촌 초기에 또래 친구가 없어서 외로웠거든요. 근데 문경에 드문드문 흩어져 있던 청년들이 이 활동을 통해 서로 연결되면서 또? 친구들과 어울릴 수 있게 됐어요.” 이씨가 ‘문경 정착’의 핵심 비결로 꼽는 것은 이곳에서 사귄 ‘사람들’이다. 특히 자신이 가르치는 아이들에 대한 애정이 깊다. 이씨는 일주일에 2∼4회씩 문경 청소년문화의집에서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웹툰 창작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청소년문화의집은 지역 내 청소년들이 취미생활을 하거나 진로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곳이다. 노래방·춤공방·PC방·웹툰독서실 등 공간도 다채롭게 조성돼 있다. 이씨는 이곳에서 웹툰 강사로 활동하며 인연을 맺은 아이들의 성장 과정을 지켜보는 일이 문경에서의 삶을 지속하는 원동력이라고 말했다.

“저는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이 좋아요. 지금 가르치는 아이들이 성장해서 서울에 나갔다가도 언제든 다시 문경에 돌아올 수 있도록 기반을 만들고 싶어요.” 이씨에겐 꿈이 하나 더 있다. 문경에 작가마을처럼 예술가들이머물며 함께 창작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단다. 이씨가 시골에 살면서 싹 틔우고 가꿔가는 희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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