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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골 한의사 김명철 씨

대안교육에 관심 많은 학부모, 한센인 침술 봉사하는 한의사 등 하는 일 많고 사람 좋아하는 이가 지리산 가까이 터를 잡고 살고 있다. 산골에서 할 일이 그치지 않는 그의 삶을 들여다본다. 글 박희영 기자 사진 고승범(사진가)

바쁠수록 행복한 삶

사진 경남 산청군 신안면 둔철산 중턱에 자리한 안솔기마을. 한때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생태공동체로 꼽혔던 곳이다. 생태주의 대안교육을 실천하는 간디학교의 전 교장 양희규 씨와 뜻을 함께 한 사람들이 손수 통나무집과 한옥 등을 지어 자리 잡았다. 2001년 지은 마을의 두 번째 집이 한의사 김명철(62) 씨가 부인·자녀와 함께 사는 목조주택이다.

그는 가족과 함께 부산에서 살다가 19년 전 이곳으로 왔다. 공동체 생활에 대한 동경이 있었고, 때마침 큰딸이 다니던 산청 간디학교에서 배후마을 조성 소식을 알려왔다. 산청 간디학교는 생태마을을 만들기 위해 부지를 사서 분양받을 사람을 모집했다. 김씨가 이를 분양받은 것은 평소 그리던 대안교육의 모습이 간디학교의 철학과 일치했기 때문이다.

“아이들 개인의 자유와 개성을 존중하면서도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키워주는 교육을 원했어요. 간디학교와 철학이 잘 맞았죠. 산골에서 함께 더불어 살고 사람들과 부딪히다 보면 공동체의 가치는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거죠.” 김씨는 대안교육과의 인연을 지금도 이어오고 있다. 산청으로 이사 올 당시 초등학생이었던 작은딸은 충북 제천 간디학교에 보냈고, 그는 현재 제천 간디학교 이사장, 우다다(우리는 다 다르다)학교 이사장 등의 직책을 맡고 있다.

안솔기마을은 조성 당시만 해도 전체 가구 주민 모두 일상생활 속에서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생태적 삶을 살았다. 이곳 집들은 단순하고 작고 낮아야 한다는 원칙에 따라 지어졌다. 생태를 교란하는 가로등도 설치하지 않아 집집마다 손전등이 필수품이다. 생활하수도 자연정화 방식이라 정화조? 없는 가구가 절반이 넘는다. 수생식물과 습지식물을 심고 큰 항아리에 자갈을 담아 물이 아래로 흐르면서 산소를 머금도록 하는 방식이다.

“지리산이 좋아서, 사람과의 관계에서 자유롭고 싶은 마음도 있어서 왔죠. 여기서는 만나고 싶은 사람만 만나고, 하고 싶은 일만 해도 시간이 모자라요. 집에서 저녁 먹을 일이 거의 없을 정도예요.” [마을 일 열심히 하는 ‘마을의사’] 그는 안솔기마을에서 차로 10분 거리에 있는 면 소재지 원지마을에 청담한의원을 차려 운영하고 있다. 한의원 안에는 한방 관련 자료보다 ‘지역 벼룩시장 안내’ ‘합창단 단원 모집’ 등의 지역사회 활동 홍보물이 더 많다. 한의원을 찾는 이들도 동네 어르신뿐 아니라 그저 마실 나온 이웃 주민, 한의학 강의를 들으러 온 큰딸과 친구들 등 다양하다. 매월 한 번씩 바둑을 두는 모임 ‘목화기우회’도 한의원에서 열린다.

그는 생업보다는 지역사회 일을 더 열심히 한 덕분에 ‘마을의사’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마을장터·인문학교실·합창단 등 다양한 공동체 활동으로 집에서 저녁 먹을 일이 거의 없을 정도다. 2015년부터 산청군 신안면에서 열리는 벼룩시장 ‘산청 지리산 목화장터’ ?시 그가 산청에서 마음 맞는 사람들과 함께 기획한 것이다.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곤 매월 둘째·넷째 일요일에 장이 서고, 매번 30∼40팀 정도가 상품을 내놓는다. 산청 사람이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목화장터에서는 주민들이 직접 기르고 만든 농산물과 수공예품, 수제 빵이나 쿠키·잼 등의 음식, 사용하지 않는 헌옷 등의 물건을 판다. 동네 어르신들의 가야금 교실, 아마추어 기타리스트 등의 재능 기부 음악회도 열린다. 나무 조립형 놀이기구나 유기농 솜사탕을 만들어 아이들에게도 좋은 놀이터와 먹거리를 제공한다.

“목화장?가 공동체 활동을 위한 플랫폼 역할을 해요. 여기서 모인 사람들이 ‘아빠가 요리한데이’를 결성해 음식도 만들고, 한 달에 한 번씩 바둑도 두죠. 마음 맞는 사람들이 모여 뭔가를 함께하는 일이 재밌죠.” 이처럼 하는 일 많은 그가 산청에 자리 잡은 이후 20년 가까이 지켜온 ‘고정 스케줄’이 하나 있다. 매주 목요일 아침마다 지역 요양시설 성심원을 찾아 의료 봉사를 하는 일이다. 산청읍에 위치한 성심원은 프란치스코 수도회에서 운영하는 곳으로, 한센 병력을 가진 90여 명과 중증장애인들이 머물고 있다. 한센병은 나균에 의한 감염증으로 나균이 피부·말초신경 등에 침범해 조직을 변형시키지만, 나균 자체의 병원성은 극히 미약하기 때문에 약제 투여 이후엔 전염되지 않는다.

그가 이번 봄에 준비하고 있는 또 다른 공동체 활동은 ‘의료생활협동조합(의료생협)’을 만드는 일이다. 조합원들이 주인이 되어 의료진을 고용, 병원을 운영하는 것이다. 의사와 충분한 시간 동안 상담을 받을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500명 이상의 조합원이 출자금을 1억 원 이상 모으면 병원을 설립할 수 있다.

“성심원 내에 의료생협을 만들고 싶어요. 제가 한의사니까 치과의사?내과의사를 모아서 협동조합을 만들고 마을 주치의가 되는 겁니다. 비급여 약값을 싸게 해주고, 조합원들의 건강을 제대로 돌봐주면서 공동체의 가치를 몸소 체험하는 거죠. 아직은 태동 단계예요.” 성심원은 지리산 둘레길이 가로질러 지나고 일반인들도 들어와 요양할 수 있다. 그의 바람대로 의료생협이 만들어진다면 성심원이 사회와 더불어 살아가는 복지시설로 거듭날 수 있지 않을까. 코로나19 사태로 뒤숭숭한 사회 분위기 속에서도 ‘공동체’를 향한 열정을 지닌 그의 다음 행보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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