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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기 행잉수경재배 하는 상평농원 박기원 씨

농사꾼 아버지의 포터 트럭이 부끄럽던 철부지 소년은 어느새 큰 산 같은 아버지를 이해하는 어른이 되었다. 타지에서 직장 생활을 하다 3년 전 고향으로 돌아와 아버지 뒤를 이어 딸기 농사 짓는 박기원 씨를 만나본다. 글 길다래 기자 사진 임승수(사진가)

달콤한 딸기에 미래 걸었죠

사진 딸기가 맛있는 요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켜고 ‘딸기 맛집’을 검색해 본다. 탐스러운 딸기 사진들 틈으로 한 장의 특별한 사진이 눈길을 끈다. 보통 딸기 하우스보다 두 배는 높은 하우스 안에 딸기밭이 줄지어 공중에 매달려 있는 모습이다. 설명을 살펴보니 경북 경주시에서 딸기 행잉(Hanging)수경재배를 하는 ‘상평농원’이란다. 싱싱한 딸기를 맛보고 특별한 재배법도 들을 겸 경주로 향한다.

[후계농으로 농업에서 비전 찾아] 남다른 딸기농장을 책임지는 이는 올해 서른 살의 젊은 농부 박기원 씨다. 딸기로 농업마이스터에 선정된 아버지 박익환(59) 씨의 뒤를 이어 딸기농사를 짓고 있단다.

“어렸을 땐 아버지가 하는 일의 가치를 몰랐어요. 비 오는 날 아버지께서 트럭으로 학교에 데려다 주실 때면 친구들이 볼까 부끄러워했던 기억이 나요. 그러다 제가 직장 생활도 해보고, 아버지께서 농업마이스터로 선정되는 걸 보면서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 깨달았어요.” 대학에서 농생물학을 전공한 박씨는 강원 횡성군에 자리한 곤충연구소에서 일하고 있었다. 5년간 이어지던 연구원 생활에 회의를 느끼던 참에 아버지가 농장을 이어받을 것을 권했다.

“연구원 일을 언제까지 끌고 갈 수 있을까 고민이 많았어요. 그때 아버지께서 힘들면 내려오라고 말씀하셨죠. ‘일손 부족하니 빨리 내려오라’가 아니라 제가 다른 것도 경험해보고 스스로 결정할때까지 기다려주신 듯해요.” 2017년 아버지는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한다. 기존 하우스 몇동을 허물고 덩치 큰 행잉수경재배시설을 도입하기로 한 것이다. 행잉수경재배는 초기 시설비가 꽤 들지만, 딸기 생산량을 획기적으로 늘릴 수 있는 첨단 농법이다.

“여러 라인으로 된 딸기밭을 위아래로 움직일 수 있어요. 작업하는 라인만 내리면 되니 사람이 다니는 복도가 필요 없죠. 더 촘촘하게 재배해 일반 하우스 대비 생산량이 70% 이상 높아요.” 아버지가 선진농업의 밑그림을 그리고, 박씨는 이를 완성하려 마침내 경주행을 택한다.

[귀농교육과 청년농 지원 정책 도움 받아] 경주에 내려오고선 아버지에게서 딸기에 대해 처음부터 다시 배웠다. 그러면서 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이 주관하는 딸기 품목교육을 1년? 받고, 스마트팜 실습생으로 네덜란드와 벨기에에 열흘 동안 연수도 다녀왔다. 지난해에는 경북 농민사관학교 딸기고설수경재배과정을 들었다. 3년 동안 교육과 농장일을 병행하면서 농사에 대한 확실한 감을 익혔다.

또 다른 기회도 있었다. 청년창업농 귀농정착자금을 받게 된 것. 귀농정착비로 최대 월 100만 원을 3년간 지원받게 되었다. “생활비 걱정이 없으니 일에만 몰두할 수 있어서 좋아요. 금전적인 부분뿐만 아니라 다른 청년농들과 교류할 수 있게 돼 도움을 받았죠. 거기서 만난 형님들이 있어서 외롭지 않게 생활해요.” 인적 네트워크 기반이 약한 청년농이라면 더욱 교육이나 기관의 지원을 통해 농업을 해나가는 데 필요한 관계를 맺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

교육이 없는 날에는 농장에서 온종일 딸기농사에만 매달렸다.

11월부터 이듬해 6월까지 수확·포장·발송을 하고 동시에 노엽을 제거하고 적과도 한다. 수확기가 끝나면 시든 줄기와 뿌리를 뽑아내고 비닐을 씌워 햇볕에 배지를 소독한다. 5∼9월 사이는 육묘 기간이다.

“직장 생활할 때는 일을 하다가도 퇴근 시간이 되면 ‘내일 하지뭐’ 하면서 그만두기도 했는데 내가 일의 주인이니 그렇게 안 돼요. 하려고 마음먹은 데까지는 무슨 일이 있어도 마쳐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누가 시키지 않아도 한눈팔지 않고 농사에 몰입해온 박씨다.

“딸기 맛있다며 손님이 다시 찾아왔을 때 가장 보람 있었어요.” 딸기 맛에 대한 칭찬이 가장 큰 기쁨이었다니 박씨는 이제 천생 농사꾼이다.

[‘행복한 농장, 달콤한 딸기’ 향한 꿈] 박씨는 좋은 딸기를 만드는 것에 그치지 않고 제값 받고 팔 수 있도록 마케팅에도 힘썼다. SNS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딸기나 농장 사진 등을 주로 올리고 가끔 저의 일상도 공유했어요. 사람들이 관심므 가져주면서 주문이 들어와 직거래도 시작했어요. 또 경주 시내 카페나 베이커리에도 납품하게 됐죠.” 본래 하우스에서 소매로 판매하고 남으면 도매가로 공판장에 내다 팔던 것을 직거래로 돌리니 이윤이 좋아졌다.

딸기 체험농장도 운영한다. 농약을 전혀 치지 않은 신선한 딸기를 직접 따 먹을 수 있어 아이들과 주부들의 호응이 크다.

앞으로는 연구소에서 일한 경험을 살려 곤충교육을 딸기 체험 농장에 접목하고 싶단다.

“요즘 체험농장은 그냥 딸기만 따 먹고 끝이 아니에요. 물놀이 하고, 미나리 삼겹살 구워 먹고, 보트도 타죠. 저는 나비하우스를 만들어서 곧 나비가 될 번데기를 키우고 판매할 생각이에요. 딸기꽃이 수정할 수 있게 나비를 풀어주는 프로그램과 연계하고 싶어요.” 상평농원의 미래에 대한 박씨의 그림은 날마다 새로운 버전으로 거듭난다.

“저는 행복하게 사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농사일도 항상 즐거운 마음으로 하려고 노력해요. 좋아하는 피아노를 하우스에 갖다 놓고 일하다가도 피아노 치며 잠깐씩 쉬어요. 저의 행복한 마음이 딸기에도 전해질 거라 믿어요.” 고된 농사일에도 긍정적인 마음을 잃지 않는 박씨의 에너지? 남다르다.

“이 딸기 한번 드셔보세요. 이렇게 씨 주변에 벌집 모양이 뚜렷하고 광택이 나는 게 맛있는 딸기예요.” 상큼하고 달콤한 과즙이 입안을 가득 채운다. 과연 행복이 담긴 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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