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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식 한옥주택 ‘소소헌’

전남 장성 황룡마을에 멋스러운 기와를 얹은 한옥이 지어졌다. 소담한 정원을 품은 집은 전통미가 가득하다. 현관문을 열고 들어선 내부는 딴 세상이다. 아파트 못지않게 현대적으로 꾸몄다. 멋과 편리함을 다 잡은 한옥주택이다. 글 지유리 기자 사진 임승수(사진가)

밖은 예스럽게 안은 편리하게

사진 고즈넉한 정취의 한옥은 누구나 한 번쯤 살아보고 싶은 집이다. 그렇지만 선뜻 도전해보긴 어렵다. 한옥 하면 떠오르는 몇 가지 편견 때문이다. 흔히 한옥을 주방과 화장실이 불편한 집, 겨울엔 춥고 여름엔 더운 집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편견을 깨뜨리는 현대식 한옥주택을 짓고 사는 이가 있다. 3년째 한옥살이를 이어가는 문경(62) 씨다. 문씨는 전남 장성에 자리한 한옥주택 ‘소소헌(小笑軒)’의 주인이자, 전문 한옥주택 시공사인 ‘신한가’의 대표다. 지금은 자칭 타칭 한옥 전도사로 불리지만, 본래 그의 전공은 아파트다. 서울에서 30여 년 동안 건설회사에 다니며 대규모 아파트 단지 현장 소장으로 일했다. 게다가 수십 년 동안 아파트에서 살았으니 누구보다 아파트에 관해선 많이 알고 있다고 할 만하다. 아파트가 편리한 주거공간이긴 하지만, 천편일률적인 평면이 아쉽다고 느껴질 때쯤 우연히 한옥을 접했다.

[생활 방식에 맞춘 공간 구성] “한옥의 가장 큰 매력은 집주인이 마음대로 공간을 구성할 수 있다는 점이에요. 원하는 자리에 주방과 거실·침실을 둘 수 있어요. 그러니 똑같은 집이 없지요.” 직사각형으로 짓는 아파트와 달리 한옥은 필요에 따라 ㄱ·ㄷ· ㅡ 자 건물을 골라 짓는다. 건물 내 공간 배치도 자유롭다. 문씨네 집은 중정을 품은 ㄷ 자 구조다. ㄷ 자는 개방감이 크고 해를 풍부하게 받는다. 중심부에 주방과 거실을 두고 방 3개는 서로 멀리 떨어뜨려 두었다. 방 하나를 사무실로 쓰는 터라 침실과 서재의 동선이 겹치지 않도록 한 것이다.

중목구조 건축인 한옥은 뼈대가 되는 두꺼운 목재를 군데군데 세?고 그 위에 서까래를 올려 기본 골조를 잡는다. 벽면이 골조가 되는 벽식구조가 아니다. 즉 내부에 세운 벽은 대부분 없앨 수 있는 가벽이다. 마음대로 벽을 세우고 허물어 공간구획을 할 수 있다는 뜻이다. 더불어 창 역시 자유롭게 낼 수 있다. 벽면 전체에 창을 내는 것도 쉽다. 문씨네는 중정을 바라보는 3면이 모두 통 창이다. 덕분에 개방감이 좋고 통풍이 원활하다. 단열이 취약해지는 것은 고성능 단열재와 기밀성 높은 창호를 골라 극복했다. “창이 많으면 아무래도 단열이 떨어지는 게 사실이에요. 그래도 요즘엔 창호 기술이 좋욾져서 단열성능이 상당히 개선됐어요. 오히려 큰 창으로 이른 오전부터 늦은 오후까지 구석구석 해가 들어와서 따뜻합니다.” 소소헌 외관은 예스런 한옥미를 살렸지만, 내부는 현대적이다. 바닥은 강마루, 벽과 천장은 실크벽지로 마감했다. 안방에는 드레스룸과 욕실도 딸려 있다. 아파트 평면의 장점을 녹여냈다. “회사에서 한옥에 대한 설문조사를 한 적이 있어요. 다들 관심과 흥미는 있지만 불편할 거라고 생각하더라고요. 그래서 한옥의 멋은 살리면서 내부는 아파트처럼 만들려고 했습니다.” 현대식으로 꾸민 실내지만 한옥의 멋을 완전히 놓치진 않았다.

거실 천장만큼은 기와지붕을 따라 박공 형태를 만들고 서까래를 드러냈다. 높은 층고가 주는 개방감에 멋스러움까지 덤으로 얻었다.

[마당 바라보며 힐링] 한옥에서 빠지지 않는 구조를 꼽자면 마루다. 바깥으로 난 공간인 마루는 아파트에선 여간해서 보기 어렵다. 소소헌은 주방과 거실을 따라 ㄱ 자로 쪽마루를 냈다. 폭이 그리 넓진 않지만 볕을 만끽하기엔 충분하다. 중정을 품은 형태라 정원을 즐기기에도 좋다. 중정을 바라보는 서재와 침실 위 다락방에는 누마루가 달렸다. 누마루란 지면에서 마룻?닥을 높이 띄운 원두막 형태의 마루다. 일반 주택으로 치자면 야외 베란다와 비슷하다. 공간이 좁아 크게 쓰임새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전통적인 문양으로 장식한 울타리를 달아 한옥의 멋을 살려주는 역할을 한다. 중정이 내다보이는 마루에 앉아 밖을 바라보는 게 요즘 문씨의 하루 일과 중 하나다. 땅과 하늘이 한눈에 담기는 주택에 살면서 계절의 변화를 새삼스레 만끽하고 있다. 고층 아파트에 살 적에는 누리지 못한 시간이다. “마당 있는 집에 살면서 자연친화적인 삶을 실천하고 있어요. 쪽마루에 앉으면 맞은편 장독대가 눈에 들어와?. 뒤쪽에 기와를 얹은 담장도 보이고요. 풍경이 꽤 볼만합니다.” 중정 한편에 작게나마 조경을 했다. 측백나무와 화살나무를 심었다.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알아서 잘 자라는 수종이다. 게다가 측백나무는 사철 푸르고 화살나무는 겨우내 붉은 단풍을 선보여 사계절 보기에 좋다. 정원 일에 큰 재주는 없지만 바라보는 것 만으로도 힐링이 된다.

한옥살이를 시작한 후로 문씨는 집꾸밈에도 관심이 생겼다. 전통미가 담긴 소품을 구해다 집 안을 장식했다. 안방 창문에 한지로 제작한 덧창을 달고 조명에 오방색을 입힌 것도 모두 그의 아쳀디어다. 집꾸밈은 집에 있는 시간을 즐기는 그만의 방법이다. 아무리 한옥이 좋아졌더라도 관리마저 편해진 것은 아니다. 실내 청소만큼 자주 해야 하는 게 외관 청소다. 목재가 썩거나 갈라지지 않는지 살피는 것도 일이다. 방수재도 주기적으로 발라야 한다.

“주택 유지보수 작업은 단독주택에 산다면 다들 해야 하는 일입니다. 한옥이라고 특별히 어렵거나 힘든 건 아니에요. 생활이 만족스러워 이 정도 일은 기꺼이 하고 있습니다.” 한옥에 사는 동안 아무리 몸이 바빠도 마음엔 여유가 넘친다는 문씨. 한옥을 닮은 푸근한 일상을 이?가고 있다.

[Interview] 대지면적 358㎡ 바닥면적 1층 99㎡, 2층(다락) 23㎡ 건폐율 31.4% 용적율 33.6% 구조 중목구조 단열재 친환경 수성 연질폼 외부 마감재 황토 보드·핸디코트 내부 마감재 강마루·한지벽지 창호 PL 창호 욕실기기 한샘바스 난방 도시가스 보일러 설계·시공 신한가 [‘신한가’ 문경 대표가 말하는 현대식 한옥주택 고르는 법] <한옥 건물은 어떻게 배치할까> 한옥은 주변 환경과 집주인의 개성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건물을 배치한다. ㄱ 자나 ㅡ 자가 흔하고 ㄷ·ㅁ 자도 있다. ㅡ 자는 거실·주방·방을 일렬로 배치하는 형태다. 통풍이 가장 잘된다. 그만큼 단열은 취약해 따뜻한 지역에 유리하다. 반대로 ㅁ 자는 통풍이나 채광에 약하지만 단열에 강해서 추운 지역에 적합하다. 사생활 보호에도 좋아 도심 지역에선 ㅁ 자 한옥을 선호한다. ㄱ 자와 ㄷ 자는 각각의 장점을 따온 구조다. 통풍과 채광에 좋고 다른 구조보다 생활 동선이 짧아 편리하다.

<적정 건축비는 어느 정도인가> 한옥을 짓는다고 하면 돈이 무척 많이 든다고 생각한다.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니다. 건축비는 전체 건축비를 실내면적으로 나눠 3.3㎡(1평)당 얼마가 드는지 계산한다. 일반적으로 한옥 건축비는 3.3㎡당 1100∼1300만 원 정도다. 다른 단독주택 건축비의 두 배 가까이 드는 셈이다. 한옥 건축기술자의 인건비가 비싸기도 하고 수작업이 많아서 그렇다. 신한가는 목재 등 자재를 규격화하고 수작업 대신 현대 건축기술을 접목해 건축비를 절감했다. 신한가의 한옥주택 건축비는 3.3㎡당 800만 원 내외다. <단열은 어떻게 하나> 목재로 골조를 세우는 중목구조의 특성상 벽체 내부가 일정한 평면이 아니다. 목재 주변에 비정형으로 빈 공간이 생긴다. 지붕은 ?와를 얹? 때문에 비정형의 공간과 곡선이 더 많다. 벽식구조에 쓰는 패널형 단열재는 적합하지 않다. 예전엔 변형이 가능한 유리섬유단열재(글라스울)를 사용했는데, 이것은 습기에 매우 약하다.

굴곡진 공간에 기밀성 있게 적용되면서 습기에 강한 폼 단열재가 적합하다. 한옥주택을 고를 때 단열재의 종류가 무엇인지 따지고, 천장까지 단열재가 꼼꼼히 적용됐는지 살펴봐야 한다.

<한옥주택의 필수 요소> 한옥을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는 외부적으로는 기와이고 내부적으로는 서까래다. 아무리 외관이 한옥처럼 보여도 내부에 서까래가 없다? 중목구조로 지은 목조주택이라고 할 수 없다.

한옥은 기본 골조가 중목구조여야 한다. 이 두 가지를 제대로 갖춘 집을 고른다. 일부는 전통미를 위해 벽체를 황토로 짓기도 하는데, 필수 요소는 아니다. 황토는 개인 취향일 뿐 고집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나머지는 다른 주택을 볼 때와 같다. 주방이나 화장실이 편리한지, 채광과 통풍이 잘되는지 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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