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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기보다 바쁜 시골학교 여름방학

충남 예산군의 시골학교인 대술초등학교 아이들은 여름방학에 마냥 쉴 수가 없다. 방과후학교에 참석해 단소며 난타·합창을 배워야 해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탓에 연주 실력을 뽐낼 2학기 학예회가 열릴지 알 수 없지만, 그럼에도 연습을 게을리할 수 없다. 다 함께 즐거운 가을을 맞이하기 위해 오늘도 아이들은 학교로 향한다. 글 지유리 기자 사진 임승수(사진가)

“학예회 준비하며 가을 기다려요”

사진 전교생이 서른한 명인 대술초등학교는 여름방학에도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학기 중일 때와 다름없이 등교한 아이들의 목소리로 교내가 소란하다. 친구들과 뛰어노는 게 가장 좋을 때이건만, 아이들은 기꺼이 학교에 나와 배움을 자청한다. 9월에 시작하는 2학기를 준비하려면 시간이 부족해서다.

대술초 학생들에게 여름방학은 그저 쉬는 시간만이 아니다. 학기 중일 때보다 할 일이 더 많다. 방학 동안 2학기 행사인 꽃내꿈터 학예회 연습을 해야 해서다. 꽃내꿈터 학예회는 대술초 전교생이 참여하는 축제로, 아이들이 무대에 올라 ‘방과후학교’ 시간에 배운 악기 연주와 합창 실력을 선보이는 자리다. 친구들과 선생님은 물론, 마을 주민까지 초청하는 큰 행사인 터라 대충 준비할 수가 없다. 무대에서 멋진 실력을 뽐내자면 여름방학을 허투루 보내선 안 된다. 코로나19가 지속되면서 올해 학예회가 열릴지 장담할 수 없게 됐지만, 그렇다고 연습을 게을리할 수는 없다. 짧다면 짧은 2주간의 여름방학. 부지런히 구슬땀을 흘려야 누구보다 멋진 가을을 맞이할 수 있다.

[아리랑 한 곡조 뽑아볼까] 오랜만에 비가 그친 목요일, 대술초등학교를 찾았다. 대술초는 주중에 전교생을 대상으로 단소·합창·오카리나·바이올린·난타 등을 가르친다. 학년별로 배우는 악기가 다르다. 목요일은 5학년의 단소 수업이 있는 날이다. 학교 건물에 들어서니 멀리서 ‘삘릴리’ 하고 단소 소리가 난다. 소리를 따라 건물 2층으로 올라갔다.

한 교실에 학생 네 명이 멀찍이 떨어져 앉았다. 5학년 학생들이 모두 모였다.

“구령에 맞춰서 다 같이 소리를 내볼게요∼” 지휘봉을 든 선생님의 구령에 맞춰 네 명이 단합해 음을 낸다. 구슬픈 가락 사이에 유난히 한 음이 어긋난다. 세 학생이 동시에 한 학생을 바라본다. 시선들을 받자 맨 앞에 앉은 백광기 군(11)이 머쓱하게 웃으며 고개를 갸웃한다.

“집중해서 다시 해볼까요?” 선생님의 말씀에 따라 광기 군이 크게 숨을 고르고 단소를 불어보지만, 영 쉽지 않다.

“학예회 때 아리랑 연주하는 것 알지요? 다음 시간까지 연습해오세요.” 선생님의 핀잔과 함께 길었던 단소 수업이 끝났다. 다음 수업을 들으러 자리를 옮겨야 하건만, 광기 군은 자리를 뜰 생각을 않는다. 실수하던 음을 연습하고 있으니 주변으로 아이들이 모여 한 마디씩 건넨다.

“세게 불지 말고 살살 불어봐.” “손가락으로 구멍을 제대로 막아야지.” 친구들 말에 광기 군이 입을 삐죽이며 볼멘소리를 한다.

“단소 부는 건 너무 어려워. 공연 때 큰일 났네.” [1·2학년은 합창 연습 한창] 5학년 학생들의 단소 소리가 사라지자 발랄한 노랫소리가 뒤를 잇는다. 소리를 따라 이번엔 1층으로 자리를 옮겼다. 교실에선 1·2학년의 합창 수업이 한창이다.

“반주 소리를 먼저 들어보세요. 피아노 ?에 맞춰서 노래 부르면 돼요. 틀려도 되니까 목소리를 크게 내세요.” 선생님이 맑은 목소리로 선창하면 아이들이 병아리 같은 목소리로 따라 부른다. 한 명 한 명의 노래 실력은 어설프지만, 전체 목소리가 한데 모이니 꽤 그럴듯하다.

수업에 임하는 1·2학년의 태도가 사뭇 진지하다. 딴청 피우는 아이 없이 모두가 악보에 집중하며 노래를 부른다.

합창을 가르치는 이는 4·5학년생 채은(10)·채윤(11) 양의 어머니인 김수정 씨(42)다. 이탈리아에서 음악을 공부한 김씨는 인근 지역인 아산으로 귀촌했는데, 이 학교에 예술 수업이 많은 것이 마음에 들어 일부러 아이들을 예산으로 진학시켰다. 그리고 우연히 학교에서 합창 수업 선생님을 구하는 것을 알게 되어 지난해부터 선생님으로 참여하고 있다.

“제가 직접 가르칠 수 있어서 안심이 돼요. 아이들도 잘 따라오고요. 지금처럼만 잘해준다면 1·2학년 아이들도 2학기 꽃내꿈터 무대에 올라 제 실력을 뽐낼 거예요.” 한목소리로 노래하는 아이들. 마냥 어려 보이지만, 합창 수업에서만큼은 무대에 오를 날을 기다리는 어엿한 주인공들이다.

[난타하며 스트레스 ‘싹’] ‘땡’ 종소리가 울렸다. 오늘 방과후학?의 마지막 수업인 난타 수업이 시작됐다. 장소는 강당이다. 5·6학년이 함께 북 장단을 배우는 시간이다. 강당 무대 위에 북이 설치되고 아이들이 익숙하게 자리를 잡는다.

“시작할게요. 첫 장단은 ‘개구리 뒷다리’예요. 둥둥둥 둥다가둥.” 난타를 가르치는 서순연 선생님(48)이 외치자 산만하게 떠들던 아이들의 표정이 일순간 진지해진다. 앞줄 가운데에 선 채윤이가 먼저 장단을 친다. ‘둥둥둥 둥다가둥.’ 곧장 나머지 아이들의 북소리가 따른다.

맨 앞줄에 선 아이들은 지난해부터 난타를 배워온 6학년 학생들이다. 오래 배운 덕인지 북을 치는 자세가 멋지다. 선생님의 구령에 맞춰 ‘척하면 착’ 하고 북을 친다. 그렇게 10여 분, 연주가 최고조에 이르며 신나게 휘몰아치자 구경 나온 선생님들이 고개를 까딱이고 발을 구르며 장단을 맞춘다. 이향우 교감선생님(52)은 “지난해 꽃내꿈터 잔치를 할 때 마을 어르신들이 난타 공연을 무척 좋아하셨다”며 “자리에서 일어 나 춤을 추거나 다 같이 박수를 치면서 장단을 맞췄다”고 귀띔한다.

그의 말마따나 난타는 축제의 하이라이트다. 학생과 마을 어르신을 하나로 묶어주는 공연이다. 공연을 보는 사람에게만 ?으랴. 직접 북을 치는 학생들에겐 더욱 인기 만점이다. 단소 시간엔 소극적이던 5학년 보영 양(11)은 난타 시간이 되자 표정이 달라졌다. 눈빛을 반짝이며 연습에 나선 보영 양이 즐겁게 말했다.

“사실 단소보다 난타가 훨씬 좋아요. 재밌어요. 북을 세게 두들기다 보면 스트레스가 날아가거든요.” 배우는 아이들도, 가르치는 선생님도 즐거운 공연이니 감상하는 이들은 오죽할까. 벌써부터 마을회관 무대 위를 휘저을 아이들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올가을, 아이들이 무대에 오를지 아직 알 수 없다. 코로나19가 계속되면서 꽃내꿈터 잔치 계획이 불투명해졌다. 그러나 아이들은 실망하지 않는다. 변함없이 연습에 매진한다. ‘무대에 설 수 있다’는 희망을 품고 묵묵히 제 할 일을 하는 것이 일상을 되찾는 방법이란 걸 알기 때문이다. 농부가 수확의 계절을 고대하며 여름철에 부지런히 논밭을 일구듯이, 학예회를 준비하는 대술초의 여름방학 방과후학교는 오늘도 분주하게 흘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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