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신문을 시작페이지로

농민신문

  • icon 최종편집일시 : 2017년 05월 26일

전문가의눈

최종편집일 : 2012-11-19

  • 카카오스토리
  • 페이스북
  • 트위터

[김한호]해외곡물 확보 전략

포토뉴스

김한호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

 식량안보는 모든 국가가 우선 순위의 최상위에 두는 정책이다. 다만 국가 환경과 여건에 따라 접근방식이 다를 뿐이다. 식량 생산능력이 있고 소득수준이 뒷받침되면 일반적으로 평상시 가계 식량안보 유지에 중점을 둔다. 미국이 대표적이며 최근 북유럽의 고소득 국가들이 이 유형을 좇는다. 지역통합과 함께 지역적 식량안보 확충으로 개별 국가의 식량안보 취약성을 보완하는 경우도 있다. 유럽연합 회원국들이 대표적이다.

 또 원천적으로 농업기반이 취약하지만 경제발전으로 구매력이 충분한 국가의 경우 장기간에 걸쳐 전 세계를 대상으로 식량 조달능력을 키워 이를 통합된 공급사슬로 체계화함으로써 식량안보 기반을 확충하는 유형이 있다. 바로 일본이다. 마지막으로 위험관리 능력을 키워 곡물시장 불안정으로부터 자국의 식량공급 안정을 도모하는 유형이 있는데 최근 멕시코가 그렇다.

 우리나라는 여건상 일본과 멕시코 유형을 눈여겨봐야 할 것이다. 일본식 접근은 여러 나라에서 식량을 생산해 자국을 포함한 여러 나라에 판매하는 일관된 공급사슬 구축을 말하는데 우리나라가 현재 시도하고 있는 현물 확보사업, 즉 해외농업개발과 국제곡물조달시스템 구축이 합쳐진 것이다. 그런데 이는 고도의 경험을 통한 학습과 장기간을 요구하는 사업이다. 일본 농협과 민간기업도 지금의 세계적 조달·물류·판매망을 갖추는 데 반세기가 걸렸다.

 또한 일본이 생산지 현물 구매부터 시작하여 차츰 저장 및 물류 관련 현지 시설 투자로 나간 시기는 세계 곡물시장의 불황기로서 비교적 자산 구입이 용이했던 시기였다. 그러나 우리가 자산 구입을 시도하는 지금은 세계 곡물시장 호황기로서 자산가격이 높게 형성돼 있어 진입이 매우 어렵다. 따라서 시기를 전략적으로 선택해야 하며 그 후에도 정착을 위해서 많은 시간과 비용을 투입해야 한다.

 또한 이 같은 현물 확보 방식은 세계적으로 현물이 부족한 비상시를 염두에 둔 전략으로서 여기에는 우리나라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불확실성이 내재되어 있다. 가령 해외농업개발을 통한 물량의 안정적 확보를 위해서는 세계무역기구(WTO)와 같은 국제기구를 통해 통상적 차원에서 문제를 제기하고 해결해 가야 할 과제도 있다. 이처럼 현물확보 전략은 종합적이고 장기적인 접근을 요구하는 것이다.

 그런데 중단기적 상황은 물량 확보 불안보다 가격 불안정이 더 현안이다. 따라서 중단기적 식량안보 전략이 요구되는데, 그것이 바로 국제 선물 등 파생금융상품시장을 이용한 곡물 실수요자의 위험관리 능력 배양이다. 현재 우리나라가 수입하는 대부분의 곡물은 곡물메이저라는 중간상을 통해 간접구매하고 있다. 중간상으로서 메이저는 위험을 절대로 부담하지 않는다. 어떤 형태로든 생산자 혹은 실수요자에게 프리미엄 형태로 전가하게 돼 있다. 이 위험을 곡물 실수요자가 직접 관리하는 방향으로 나가야 하는 것이다.

 일본이 반세기 전 여기에서부터 출발했던 것처럼 우리도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이 방향을 선택해야 한다. 그런데 선물 등 파생금융상품을 통한 위험관리체계 구축도 쉬운 것은 아니다. 따라서 정부는 장기적 관점에서의 민간기업에 대한 현물확보 유인 정책도 중요하지만 단기적 관점에서의 곡물 실수요 기업들에 대한 위험관리 유인 정책도 필요하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또한 정부는 전문가 등을 활용해 당장 시행할 수 있는 구체적이며 다양한 위험관리 유인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본란의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 농민신문 & nongmi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